팝콘(POPCON)

세종대왕의 뜻을 이어받은 곳 이도림 이야기.

이도림이 세종에 빠진 이유는?


루프탑 너머로 인왕산이 보이는 곳.

카페 한가운데에 산 같은 이끼가 있는 곳.
8년 연속 블루리본을 받는 블로트커피 
(blot)와 매일 완판되는 비건 빵집 베이크 (vake)가 힘을 합친 곳.
무엇보다 세종대왕의 생가터에 위치한 곳.




통인동에 새롭게 오픈한 <이도림>은 별명이 참 많은 카페에요. 다양한 별명만큼이나 매력도 다채로운지, 가오픈 때부터 SNS에 방문 후기가 끊이지 않고 올라올 정도로 많은 사람의 발길을 이끄는 곳이기도 하고요.

이도림의 다양한 별명 중에서도 유독 팝콘의 눈길을 잡아끄는 문구가 있었는데요. 이곳이 ‘세종대왕의 생가터에 문을 연, 세종대왕을 콘셉트로 하는 카페’라는 점이었죠. 궁금했어요. 대체 이곳은 왜 그 수많은 콘셉트 중에서도 ‘세종’이라는 인물을 조명하고 있는지 말이에요. 궁금증을 참지 못한 팝콘, 다짜고짜 이도림의 김지호 대표님에게 연락을 드렸습니다. 그래서, 답이 왔냐고요? 놀랍게도 ‘네!’😆

이도림은 왜 세종대왕을, 아니 그 이전에 인간 이도에 집중하는 공간이 된 것인지 대표님과 나눈 이야기를 지금부터 들려드릴게요.




 Chapter.1 
“여러분의 눈에도 역사의 현장이 보인다면, 저는 그거면 되었어요.”


2021년은 김지호 대표의 인생에서 잊을 수 없는 한 해에요. 

그 시작은 사무실 이전에서 출발하죠. 사무실을 옮기고자 여러 장소를 물색하던 중 김 대표 눈에 자하문로 43 길 위에 있던 건물 하나가 쏙 들어왔어요. 우연인지 필연인지, 이상하게 처음부터 그 건물이 마음에 끌렸어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바로 그 건물을 계약했죠. 

바로 옆 자하문로 41에 무엇이 있는지도 모른 채로 말이에요.


문제의 그날도 어김없는 출근길이었어요. 

사무실을 이전한 지 3개월 정도 시간이 흐르며 새 공간의 신선함도 어느 정도 무뎌져 갈 즈음이었죠. 그런데 그날은 이상하게 무엇인가가 달랐어요. 자세히 보니 길 위에 꽃바구니가 놓여있더래요. 조금 더 자세히 보니 그곳에 ‘세종대왕 나신 곳’이라는 비석이 세워져 있었죠. 문뜩 핸드폰을 보니 10월 9일, 한글날이었죠. 한글날을 기념해 세종대왕의 후손들이 이 작은 비석 위에 헌화한 거였어요.



“처음엔 ‘아! 세종대왕이 여기서 태어났구나?’하고 신기했어요. 그뿐이었죠.
그런데 며칠 뒤 비석 앞에 한 글이 붙어 있더라고요. 
제발 이곳에 쓰레기를 버리지 말아 달라는 호소문이었죠.
머리를 한 방 맞은 거 같았어요. ‘아, 내가 너무 무심했구나.’ 싶었죠. 
말로 표현하기 어렵지만 굉장히 죄송하고 슬픈 마음이 들더라고요.”



암스테르담의 안네 프랑크 생가, 프랑크푸르트의 괴테 생가, 하노이의 호찌민 생가까지, 외국은 유명 인사의 생가터를 잘 보존하고 관리하고 있잖아요. 그런데 대왕으로 칭송받는 대한민국 세종의 생가터는 이렇게까지 방치되고 있는 현실이 개탄스러웠대요. 김 대표는 이 자리가 지닌 의미를 결코 그냥 지나칠 수 없도록 만들고 싶었어요.


사실 처음 김 대표는 카페라는 매개체보다 훨씬 더 직접적이고 실질적인 해결책을 고민해 보았다고 해요. 문제는, 한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았다는 거였죠. 그리고 무엇보다 이런 행동들이 세종대왕의 이름에 먹칠을 하는 것은 아닐까, 혹은 위인을 상업적으로 이용한다는 오해와 비난을 받진 않을까 하는 걱정이 되기도 했고요.


고심 끝에 김 대표는 한 가지 결론을 내렸어요. “난 대단한 걸 할 수 없다!”가 그 결론이었죠. 

그럼, 여기서 이 프로젝트는 끝이냐고요? 당연히 아니죠. 김 대표의 결심 뒤에는 ‘그러니’가 붙거든요.


“난 대단한 걸 할 수 없다! 그러니 딱 한 가지에만 집중하자.”

꼭 거창해질 필요는 없다는 게 그의 결론이었던 거예요. 역사의 장엄함, 세종의 위대함, 사회의 무심함, 어쩌면 이 모든 것을 한 개인이 어루만질 수 있다는 생각 자체가 불가능한 거였어요. 대신 김 대표는 딱 한 가지, 그냥 스쳐 지나가기만 했던 역사의 현장을 ‘사람들의 눈에 보이게 하는 것’에만 집중하기로 했어요. 이를 위해 김지호 대표는 사무실을 한 번 더 옮기기로 결정하죠. 그리고 이곳에 결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카페, <이도림>을 오픈했어요.




 Chapter.2  
“태평성대를 재현해 쉼과 활력을 주는 공간, 그게 이도림이에요.”

일반적으로 카페를 오픈하는 데 어느 정도 기간이 걸리는지 아시나요? 모두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짧으면 2주 내외, 보통은 3개월에서 6개월 정도가 걸려요. 그렇다면 이도림은 어땠을까요? 준비부터 오픈까지 무려 3년이 걸렸대요.😯


대체 3년이라는 시간 동안이나 무슨 일을 하셨냐는 팝콘의 질문에 김지호 대표의 답은 간단했어요. ‘공부’였죠. 

김 대표는 세종대왕과 관련되어 있다면 그게 무엇이든 다 공부했어요. 한글 박물관에 가는가 하면 수많은 문헌을 읽고 세종대왕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와 드라마까지 찾아보았죠. 물론 혼자는 아니었어요. 자신의 부족함을 채워 시야를 넓혀 줄 수만 있다면 다른 업체는 물론이고 작가, 디자이너, 기획자, 심지어는 대학생들과도 둘러앉아 공부를 이어갔어요. 수험 기간에 맞먹을 정도로 기나긴 시간 동안 공부를 계속하며 김 대표의 머릿속에는 두 가지 질문이 떠나지 않았어요.


💭 세종대왕의 제1 업적은 무엇이지?
💭 그 당시 이도는 어떤 마음이었지?

물론 정답을 명확하게 내릴 수 없는 질문이었지만, 장장 3년의 탐구 끝에 김 대표는 나름의 깨달음을 얻었어요 세종대왕의 가장 큰 업적은 한글 창제도, 천문학 발전도, 농기계 발명도 아니라는 것을. 세종대왕의 제1 업적은 애민 정신이라는 것을 말이죠.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이야말로 세종대왕이 이룬 모든 업적의 근간에 해당하는 업적이란 사실을 알게 된 거죠.


오로지 백성의 평안만을 바라며 수많은 업적을 쌓아 올리다 보니 정작 세종대왕은 자신의 본체인 이도는 잘 돌보지 못했던 것 같아요. 세종실록을 살펴보면, 세종대왕은 다리와 눈 등에 질병이 있었고, 부종으로 인해 고생했으며, 오늘날의 당뇨와도 같은 소갈증과 임질이 있어 장시간 정사를 돌보는 데에 어려움이 있었다는 표현들이 나오곤 하거든요. 최고 권력을 손에 쥐었지만 단 한 순간도 편할 수 없었던 이도, 그런 그에게 생가는 복잡한 머리와 고단한 몸을 잠시나마 쉬게 해주는 안식처 같은 장소였다고 해요.


김 대표는 세종대왕을 기억하는 카페에서 딱 이 두 키워드를 담아내고자 했어요. 세종대왕의 애민 정신과 이도의 안식처. 그렇게 모두에게 쉼과 활력을 나눠주고자 했던 이도의 마음을 숲으로 형상화한 공간 ‘이도림’이 탄생했어요.


여기까지 이야기를 듣고 나니 조금은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어요. 사실 이도림이 세종대왕을 콘셉트로 한 카페라는 사실을 알고 나서 취재에 나서기까지 팝콘은 이곳이 세종대왕의 생가터라는 사실도 이곳으로 오는 길에 ‘세종대왕 나신 곳’ 비석이 있다는 사실도 전혀 알지 못했거든요. 흥미라는 가벼운 마음으로만 공간 취재에 나섰던 모습을 반성하게 되었죠.


김 대표님의 설명을 들은 후 이도림을 다시 둘러보니 공간이 더욱 색달라 보였어요. 전에는 그저 흥미로운 구조물이었던 요소들의 의미가 조금 더 남다르게 다가왔달까요? 특히 아래 세 공간에서 그 의미가 더욱 크게 느껴지더라고요.




⛰️ 자연 이끼 : 막혀버린 태평성대의 기운을 잇다.



물론 이도림은 세종에게 집중하고 있긴 하지만 원래 이 자리, 그러니까 세종대왕의 생가터라 불리는 이 지역은 여러 명의 왕이 태어난 명당이에요. 단순히 왕이 태어났기 때문에 명당이라 불리는 게 아니라 풍수지리상으로 최상위 명당에 속했는데, 인왕산과 북악산이 배후에 진을 치고 있고 그 사이로 흐르는 수성동 계곡물이 청계천으로까지 이어지며 완벽한 배산임수를 이루던 곳이었죠. 하지만 현대사회에 접어들면서 조선시대 명당의 기운은 막혀버리고 말았는데요. 도시를 개발하기 위해 수성동 계곡물 위를 복개천으로 막아버렸거든요.


이도림은 600년 전 이곳에 흐르던 명당의 기운과 태평성대의 흐름을 재현하고자 했어요. 

이를 위해 카페 1층과 2층을 관통하는 거대한 바위산을 설치하고 그 위를 실제 자연 이끼로 채웠죠. 또한 이끼 위로는 실제 물과 수증기들이 타고 흘러내리게 하며 대로 아래로 숨어버린 수성동 계곡물을 다시금 지상으로 끌어올렸어요.


이도림의 이끼 산은 600년 전 명당의 기운을 되살렸다는 명목상의 의미도 지니고 있지만, 그 이상의 역할도 해주고 있어요.  자연 이끼의 청정 기능은 공기 청정기 수 십 대 이상에 맞먹는 효과를 발생시키는데 이것이 만든 신선한 공기는 우리 머리를 맑게 만들죠.  김 대표는 이끼의 이런 효능에 기대어 이도림을 찾은 분들에게 편안한 쉼과 기분 좋은 활력을 주고자 했어요. 마치 600년 전 이도가 생가를 찾았던 때처럼 말이에요.





🟢 타임 루프 : 이도에서 세종까지, 그의 일대기를 담아내다.


이끼에 홀려서 들어간 이도림, 그러나 2층에는 더욱 흥미로운 공간을 품고 있었어요. 원형의 구조물이 일직선으로 나열되어 마치 다른 시공간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느낌이 들도록 연출된 공간이었죠. 김 대표님에 따르면 이 공간의 이름은 타임 루프, 세종대왕의 탄신과 일대기를 표현한 곳이라고 해요.


반복되는 원형의 구조물을 하나 넘을 때마다 봄-여름-가을-겨울로 넘어가는 시간의 흐름을 느낄 수 있는데, 이는 이도가 태어나기 전 어두웠던 시대에서 세종대왕 집권 후 태평성대를 이루는 시간적 흐름을 표현한 것이라고 하더라고요.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이도림이 이 길을 활용하는 방식이었어요. 이처럼 공을 들인 공간이라면 보존을 위해 개인의 접근을 막아둘 만도 한데 방문객들이 직접 이 안에 들어와 길을 따라 걸을 수 있도록 했더라고요. 이를 통해 현시대를 사는 사람들이 마치 타임 루프를 한 것처럼 세종의 태평성대를 향해 나아가 볼 수 있도록 연출하며 메시지를 강화하고 있었죠.





👀 루프탑 : 이도의 시선 끝에 내 시선을 얹다.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모든 곳에서 유려하게 풀어내고 있는 이도림이기에 잠시 머무는 동안에도 보고 느낄 것이 참 많았어요. 그렇다면 이렇게나 매력이 넘치는 공간을 기획한 김지호 대표는 이중 어느 공간을 가장 애정하고 있을까요?
질문을 던지면서도 내심 ‘자연 이끼’나 ‘타임 루프’가 답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었는데요. 

예상을 깨부수기라도 하듯 대표님은 전혀 뜻밖의 대답을 내어주어요.



루프탑이요. 루프탑에 올라가면 북악산과 인왕산이 한눈에 보이거든요.
여기 있는 것들은 다 새로 만들어진 것이에요.

단 하나, 저 산만은 세종대왕님이 보시던 그 시절 그 풍경 그대로라 이도림에 방문하는 모든 분들께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한 개인이 소장하고 보기엔 너무나 아까운 풍경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세종 이전의 인간 이도가 마음이 복잡할 때마다 눈에 담곤 했다는 그 풍경, 이도림은 이를 고스란히 방문객들의 시야로 이어주고 있었어요. 스스로 풍경의 메신저가 되기를 자처하며, 몸과 마음이 지친 사람들이 다시금 좋은 기운과 활력을 되찾았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죠. 또한 김 대표는 루프탑의 반대편으로 눈을 돌리면 ‘세종대왕 나신 곳’ 비석이 바로 내려다보이도록 설계해, 공간의 메시지를 방문객들에게 한 번 더 되새김질시키기도 하였고요.


팝콘 개인적으로도 루프탑 공간이 아주 인상 깊었어요. 여기에는 두 포인트가 큰 몫을 했는데요. 

첫 번째는 루프탑 한 가운데에 마치 거울처럼 모든 것을 비추는 웅덩이가 있었다는 점이에요. 마침 취재 당일이 바람 한 점 불지 않는 잔잔한 날이어서 그랬는지, 웅덩이는 어떠한 잔물결도 없이 오롯하게 하늘을 비춰주었는데요. 그 고요함을 바라보고 있으니 어쩐지 신성한 느낌까지 들더라고요. 두 번째는 루프탑에 난 문이 아주 낮았다는 거예요. 팝콘은 키가 작은 편에 속하거든요.


지금껏 단 한 번도 <머리조심> 안내판 아래에서 머리를 조심해 본 적이 없죠. 그런데 이런 팝콘이 지나가기에도 문 높이가 다소 낮아 고개를 살짝 숙여야만 할 정도였어요. 이 의도된 불편함은 문 옆에 낙인처럼 박힌 글자를 읽은 후에야 이해할 수 있었는데요,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며,아는 것이 다가 아니다. 늘 겸손함을 갖추어야 한다



고개 숙이는 것이 어려운 현대인들에게, 고개 숙이는 법을 알려주고 싶었던 이도림의 큰 뜻이 표현된 공간이었던 거죠.




 Chapter.3 
“각자의 강점을 모아 이도림에 걸맞은 맛을 선보이고 싶었어요.”


보통 한 명의 대표가 공간에 이렇게까지 많은 에너지를 쏟다 보면 메뉴에는 상대적으로 그 힘을 빼는 경우가 다반사잖아요. 김 대표 역시 본인이 쏟을 수 있는 에너지가 한정되어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어요. 그래서 본인의 에너지는 공간 기획에 온전하게 쏟아부을 수 있도록, 자신을 대신에 메뉴에 힘써 줄 다른 사람들을 찾았죠.


실제로 이도림을 준비하는 3년 동안 김 대표는 정말 많은 카페를 돌아다니며 함께 일할 동료들을 직접 찾아다녔다고 해요. 처음엔 세종대왕의 생가터이니 한식 카페들과 콜라보해 볼까 싶어 전국의 한식 카페란 카페는 다 가보았죠. 

그러던 중 또다시 우연인지 필연인지 영화 ‘천문’을 접하며 생각을 바꾸게 되었어요. 영화에서 세종대왕은 다른 관리들이 반대하던 인재였던 장영실을 관리로 등용하고 그간의 발상을 전환해 한국 최초의 자동 물시계 자격루를 만들어 내죠. 

이 과정에 감명받은 김 대표는 본인의 발상 역시 뒤집어보기로 해요. 도통 한국의 것처럼 보이지 않을 것 같은 외국의 문화를 받아들여 한국의 것으로 발전시킨 브랜드와 협업을 하겠다고 결심한 것이지요.



그렇게 만난 분이 블로트커피와 베이크의 사장님이었어요. 홍대에 있는 블로트커피는 8년 연속 블루리본에 선정되었을 정도로 커피 맛 하나만큼은 그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확실한 실력자인데요. 외국에서 직접 생두를 수입한 후 이를 로스팅 하며 코리안 스타일의 커피를 개발하는 등 한국인의 입맛에 딱 맞는 커피를 만들기 위해 부단히 애쓴 브랜드였죠.

일산에 있는 빵집 베이크는 비건 베이커리의 선두 주자 격인 브랜드에요. 베이크의 사장님은 외국으로 초청 강연을 다니실 정도로 비건 베이커리 분야에서 독보적 실력을 자랑하시죠. 심지어는 비건 베이커리 기술로 특허까지 가지고 있을 정도라고 하니 그 맛과 실력 하나만큼은 인정할 만하겠죠.



“왜 혼자서 메뉴를 개발하지 않고 콜라보했냐고 물어본다면 답은 간단해요.

혼자 하는 것보다 같이하면 더 잘 할 수 있으니까요! ㅎㅎ
세종대왕 생가터라는 결코 가볍지 않은 이 터에 대한 무게를 견딜 수 있는 브랜드여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혼자보다 셋이 같이 들면 덜 무겁지 않을까요?  ^^


블로트커피와 베이크의 정체성은 스타일이 아니라 맛 그 자체에 있어요.
이들이라면 이도림에 잘 녹아들면서도 최상의 맛을 보여줄 수 있을 거란 확신이 들어 함께 일해보자 제안했죠.”



김 대표님의 감이 적중한 걸까요? 이도림을 처음 찾아오신 분은 독특한 공간에 흥미를 보이는 경우가 다반사지만, 이내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수준급 디저트에 빠져 단골이 되는 경우도 왕왕 생겨나고 있다고 해요. 이 모든 것은 이도림에 잘 어울리는 특제 원두를 개발해 선보이는 등, 본래의 실력은 감추지 않되 이도림에 완전히 동화된 스타일을 선보이고 있는 두 브랜드 덕이죠.




이도림을 찾아오는 길 팝콘의 눈에 보였던 문구들이 있었어요. 보이는 것 이상의 것이 존재한다는 메시지들이었죠. 이도림에 얽힌 이야기를 듣기 전에는 이 문구들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완전히 이해하기 어려웠는데요. 취재를 마치고 나설 때쯤엔 그 의미를 어렴풋이 알 것도 같더라고요.


이도림이 아니었다면 어쩌면 평생을 모르고 넘어갔을 세종대왕의 생가터의 위치와 여기서부터 출발한 인간 이도의 이 모든 이야기들. 이도림은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며 이 모든 것들이 다시 우리 눈에 보이게 하고 있었어요.


하지만 팝콘은 이 질문이 단순히 세종의 이야기에만 머무르지는 않는다고 생각했어요. 질문은 이렇게도 확장되죠. ‘오늘 이곳을 찾아온 당신, 바쁜 일상에 치여 잊으면 안 되는 것을 잊고 있진 않았나요? 정작 소중한 것을 등한시하지 않았나요? 일상의 소중한 것을 잊고 사는 당신께 질문을 던지는 카페 이도림.


오늘 이야기는 이도림이 어떤 공간으로 기억되었으면 좋겠냐는 팝콘의 물음에 대한 김지호 대표님의 답변으로 끝내볼까 해요.


“일상 속 낯섦,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다.
이도림은 이렇게 기억되길 바랍니다.”




팝콘 (POPCON)

세종대왕의 뜻을 이어받은 곳 이도림 이야기

이도림이 세종에 빠진 이유는?


루프탑 너머로 인왕산이 보이는 곳.
카페 한가운데에 산 같은 이끼가 있는 곳.
8년 연속 블루리본을 받는 블로트커피
(blot)
매일 완판되는 비건 빵집 베이크 (vake)가 힘을 합친 곳.


무엇보다 세종대왕의 생가터에 위치한 곳.




통인동에 새롭게 오픈한 <이도림>은 별명이 참 많은 카페에요. 다양한 별명만큼이나 매력도 다채로운지, 가오픈 때부터 SNS에 방문 후기가 끊이지 않고 올라올 정도로 많은 사람의 발길을 이끄는 곳이기도 하고요.


이도림의 다양한 별명 중에서도 유독 팝콘의 눈길을 잡아끄는 문구가 있었는데요. 이곳이 ‘세종대왕의 생가터에 문을 연, 세종대왕을 콘셉트로 하는 카페’라는 점이었죠. 궁금했어요. 대체 이곳은 왜 그 수많은 콘셉트 중에서도 ‘세종’이라는 인물을 조명하고 있는지 말이에요. 궁금증을 참지 못한 팝콘, 다짜고짜 이도림의 김지호 대표님에게 연락을 드렸습니다. 그래서, 답이 왔냐고요? 놀랍게도 ‘네!’😆


이도림은 왜 세종대왕을, 아니 그 이전에 인간 이도에 집중하는 공간이 된 것인지 대표님과 나눈 이야기를 지금부터 들려드릴게요.




 Chapter.1 
“여러분의 눈에도 역사의 현장이 보인다면, 저는 그거면 되었어요.”

2021년은 김지호 대표의 인생에서 잊을 수 없는 한해에요. 그 시작은 사무실 이전에서 출발하죠. 사무실을 옮기고자 여러 장소를 물색하던 중 김 대표 눈에 자하문로 43 길 위에 있던 건물 하나가 쏙 들어왔어요. 우연인지 필연인지, 이상하게 처음부터 그 건물이 마음에 끌렸어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바로 그 건물을 계약했죠. 바로 옆 자하문로 41에 무엇이 있는지도 모른 채로 말이에요.


문제의 그날도 어김없는 출근길이었어요. 사무실을 이전한 지 3개월 정도 시간이 흐르며 새 공간의 신선함도 어느 정도 무뎌져 갈 즈음이었죠. 그런데 그날은 이상하게 무엇인가가 달랐어요. 자세히 보니 길 위에 꽃바구니가 놓여있더래요. 조금 더 자세히 보니 그곳에 ‘세종대왕 나신 곳’이라는 비석이 세워져 있었죠. 문뜩 핸드폰을 보니 10월 9일, 한글날이었죠. 한글날을 기념해 세종대왕의 후손들이 이 작은 비석 위에 헌화한 거였어요.




“처음엔 ‘아! 세종대왕이 여기서 태어났구나?’하고 신기했어요. 그뿐이었죠. 그런데 며칠 뒤 비석 앞에 한 글이 붙어 있더라고요. 제발 이곳에 쓰레기를 버리지 말아 달라는 호소문이었죠. 머리를 한 방 맞은 거 같았어요. ‘아, 내가 너무 무심했구나.’ 싶었죠. 말로 표현하기 어렵지만 굉장히 죄송하고 슬픈 마음이 들더라고요




암스테르담의 안네 프랑크 생가, 프랑크푸르트의 괴테 생가, 하노이의 호치민 생가까지, 외국은 유명 인사의 생가터를 잘 보존하고 관리하고 있잖아요. 그런데 대왕으로 칭송받는 대한민국 세종의 생가터는 이렇게까지 방치되고 있는 현실이 개탄스러웠대요. 김 대표는 이 자리가 지닌 의미를 결코 그냥 지나칠 수 없도록 만들고 싶었어요.


사실 처음 김 대표는 카페라는 매개체보다 훨씬 더 직접적이고 실질적인 해결책을 고민해 보았다고 해요. 문제는, 한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았다는 거였죠. 그리고 무엇보다 이런 행동들이 세종대왕의 이름에 먹칠을 하는 것은 아닐까, 혹은 위인을 상업적으로 이용한다는 오해와 비난을 받진 않을까 하는 걱정이 되기도 했고요.


고심 끝에 김 대표는 한 가지 결론을 내렸어요. “난 대단한 걸 할 수 없다!”가 그 결론이었죠. 그럼, 여기서 이 프로젝트는 끝이냐고요? 당연히 아니죠. 김 대표의 결심 뒤에는 ‘그러니’가 붙거든요.


“난 대단한 걸 할 수 없다! 

그러니 딱 한 가지에만 집중하자.”


꼭 거창해질 필요는 없다는 게 그의 결론이었던 거예요. 역사의 장엄함, 세종의 위대함, 사회의 무심함, 어쩌면 이 모든 것을 한 개인이 어루만질 수 있다는 생각 자체가 불가능한 거였어요. 대신 김 대표는 딱 한 가지, 그냥 스쳐 지나가기만 했던 역사의 현장을 ‘사람들의 눈에 보이게 하는 것’에만 집중하기로 했어요. 이를 위해 김지호 대표는 사무실을 한 번 더 옮기기로 결정하죠. 그리고 이곳에 결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카페, <이도림>을 오픈했어요.





 Chapter.2 
“태평성대를 재현해 쉼과 활력을 주는 공간, 그게 이도림이에요.”


일반적으로 카페를 오픈하는 데 어느 정도 기간이 걸리는지 아시나요? 모두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짧으면 2주 내외, 보통은 3개월에서 6개월 정도가 걸려요.
그렇다면 이도림은 어땠을까요? 준비부터 오픈까지 무려 3년이 걸렸대요.😯


대체 3년이라는 시간 동안이나 무슨 일을 하셨냐는 팝콘의 질문에 김지호 대표의 답은 간단했어요. ‘공부’였죠.


김 대표는 세종대왕과 관련되어 있다면 그게 무엇이든 다 공부했어요. 한글 박물관에 가는가 하면 수많은 문헌을 읽고 세종대왕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와 드라마까지 찾아보았죠. 물론 혼자는 아니었어요. 자신의 부족함을 채워 시야를 넓혀 줄 수만 있다면 다른 업체는 물론이고 작가, 디자이너, 기획자, 심지어는 대학생들과도 둘러앉아 공부를 이어갔어요.


수험 기간에 맞먹을 정도로 기나긴 시간 동안 공부를 계속하며 김 대표의 머릿속에는 두 가지 질문이 떠나지 않았어요.


💭 세종대왕의 제1 업적은 무엇이지?
💭 그 당시 이도는 어떤 마음이었지?


물론 정답을 명확하게 내릴 수 없는 질문이었지만, 장장 3년의 탐구 끝에 김 대표는 나름의 깨달음을 얻었어요. 세종대왕의 가장 큰 업적은 한글 창제도, 천문학 발전도, 농기계 발명도 아니라는 것을. 세종대왕의 제1 업적은 애민 정신이라는 것을 말이죠.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이야말로 세종대왕이 이룬 모든 업적의 근간에 해당하는 업적이란 사실을 알게 된 거죠.


오로지 백성의 평안만을 바라며 수많은 업적을 쌓아 올리다 보니 정작 세종대왕은 자신의 본체인 이도는 잘 돌보지 못했던 것 같아요. 세종실록을 살펴보면, 세종대왕은 다리와 눈 등에 질병이 있었고, 부종으로 인해 고생했으며, 오늘날의 당뇨와도 같은 소갈증과 임질이 있어 장시간 정사를 돌보는 데에 어려움이 있었다는 표현들이 나오곤 하거든요. 최고 권력을 손에 쥐었지만 단 한 순간도 편할 수 없었던 이도, 그런 그에게 생가는 복잡한 머리와 고단한 몸을 잠시나마 쉬게 해주는 안식처 같은 장소였다고 해요.


김 대표는 세종대왕을 기억하는 카페에서 딱 이 두 키워드를 담아내고자 했어요. 세종대왕의 애민 정신과 이도의 안식처. 그렇게 모두에게 쉼과 활력을 나눠주고자 했던 이도의 마음을 숲으로 형상화한 공간 ‘이도림’이 탄생했어요.





여기까지 이야기를 듣고 나니 조금은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어요. 사실 이도림이 세종대왕을 콘셉트로 한 카페라는 사실을 알고 나서 취재에 나서기까지 팝콘은 이곳이 세종대왕의 생가터라는 사실도 이곳으로 오는 길에 ‘세종대왕 나신 곳’ 비석이 있다는 사실도 전혀 알지 못했거든요. 흥미라는 가벼운 마음으로만 공간 취재에 나섰던 모습을 반성하게 되었죠.


김 대표님의 설명을 들은 후 이도림을 다시 둘러보니 공간이 더욱 색달라 보였어요. 전에는 그저 흥미로운 구조물이었던 요소들의 의미가 조금 더 남다르게 다가왔달까요? 특히 아래 세 공간에서 그 의미가 더욱 크게 느껴지더라고요.




막혀버린 태평성대의

기운을 잇다.



물론 이도림은 세종에게 집중하고 있긴 하지만 원래 이 자리, 그러니까 세종대왕의 생가터라 불리는 이 지역은 여러 명의 왕이 태어난 명당이에요. 단순히 왕이 태어났기 때문에 명당이라 불리는 게 아니라 풍수지리상으로 최상위 명당에 속했는데, 인왕산과 북악산이 배후에 진을 치고 있고 그 사이로 흐르는 수성동 계곡물이 청계천으로까지 이어지며 완벽한 배산임수를 이루던 곳이었죠. 하지만 현대사회에 접어들면서 조선시대 명당의 기운은 막혀버리고 말았는데요. 도시를 개발하기 위해 수성동 계곡물 위를 복개천으로 막아버렸거든요.


이도림은 600년 전 이곳에 흐르던 명당의 기운과 태평성대의 흐름을 재현하고자 했어요. 이를 위해 카페 1층과 2층을 관통하는 거대한 바위산을 설치하고 그 위를 실제 자연 이끼로 채웠죠. 또한 이끼 위로는 실제 물과 수증기들이 타고 흘러내리게 하며 대로 아래로 숨어버린 수성동 계곡물을 다시금 지상으로 끌어올렸어요.


이도림의 이끼 산은 600년 전 명당의 기운을 되살렸다는 명목상의 의미도 지니고 있지만, 그 이상의 역할도 해주고 있어요. 자연 이끼의 청정 기능은 공기 청정기 수 십 대 이상에 맞먹는 효과를 발생시키는데 이것이 만든 신선한 공기는 우리 머리를 맑게 만들죠. 김 대표는 이끼의 이런 효능에 기대어 이도림을 찾은 분들에게 편안한 쉼과 기분 좋은 활력을 주고자 했어요. 마치 600년 전 이도가 생가를 찾았던 때처럼 말이에요.




이도에서 세종까지,

그의 일대기를 담아내다



이끼에 홀려서 들어간 이도림, 그러나 2층에는 더욱 흥미로운 공간을 품고 있었어요. 원형의 구조물이 일직선으로 나열되어 마치 다른 시공간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느낌이 들도록 연출된 공간이었죠. 김 대표님에 따르면 이 공간의 이름은 타임 루프, 세종대왕의 탄신과 일대기를 표현한 곳이라고 해요.


반복되는 원형의 구조물을 하나 넘을 때마다 봄-여름-가을-겨울로 넘어가는 시간의 흐름을 느낄 수 있는데, 이는 이도가 태어나기 전 어두웠던 시대에서 세종대왕 집권 후 태평성대를 이루는 시간적 흐름을 표현한 것이라고 하더라고요.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이도림이 이 길을 활용하는 방식이었어요. 이처럼 공을 들인 공간이라면 보존을 위해 개인의 접근을 막아둘 만도 한데 방문객들이 직접 이 안에 들어와 길을 따라 걸을 수 있도록 했더라고요. 


이를 통해 현시대를 사는 사람들이 마치 타임 루프를 한 것처럼 세종의 태평성대를 향해 나아가 볼 수 있도록 연출하며 메시지를 강화하고 있었죠.




이도의 시선 끝에

내 시선을 얹다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모든 곳에서 유려하게 풀어내고 있는 이도림이기에 잠시 머무는 동안에도 보고 느낄 것이 참 많았어요. 그렇다면 이렇게나 매력이 넘치는 공간을 기획한 김지호 대표는 이중 어느 공간을 가장 애정하고 있을까요?

질문을 던지면서도 내심 ‘자연 이끼’나 ‘타임 루프’가 답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었는데요. 예상을 깨부수기라도 하듯 대표님은 전혀 뜻밖의 대답을 내어주어요.



루프탑이요.
루프탑에 올라가면 북악산과 인왕산이 한눈에 보이거든요. 여기 있는 것들은 다 새로 만들어진 것이에요. 단 하나, 저 산만은 세종대왕님이 보시던 그 시절 그 풍경 그대로라 이도림에 방문하는 모든 분들께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한 개인이 소장하고 보기엔 너무나 아까운 풍경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세종 이전의 인간 이도가 마음이 복잡할 때마다 눈에 담곤 했다는 그 풍경, 이도림은 이를 고스란히 방문객들의 시야로 이어주고 있었어요. 스스로 풍경의 메신저가 되기를 자처하며, 몸과 마음이 지친 사람들이 다시금 좋은 기운과 활력을 되찾았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죠. 또한 김 대표는 루프탑의 반대편으로 눈을 돌리면 ‘세종대왕 나신 곳’ 비석이 바로 내려다보이도록 설계해, 공간의 메시지를 방문객들에게 한 번 더 되새김질시키기도 하였고요.


팝콘 개인적으로도 루프탑 공간이 아주 인상 깊었어요. 여기에는 두 포인트가 큰 몫을 했는데요.


첫 번째는 루프탑 한 가운데에 마치 거울처럼 모든 것을 비추는 웅덩이가 있었다는 점이에요. 마침 취재 당일이 바람 한 점 불지 않는 잔잔한 날이어서 그랬는지, 웅덩이는 어떠한 잔물결도 없이 오롯하게 하늘을 비춰주었는데요. 그 고요함을 바라보고 있으니 어쩐지 신성한 느낌까지 들더라고요.


두 번째는 루프탑에 난 문이 아주 낮았다는 거예요. 팝콘은 키가 작은 편에 속하거든요. 지금껏 단 한 번도 <머리조심> 안내판 아래에서 머리를 조심해 본 적이 없죠. 그런데 이런 팝콘이 지나가기에도 문 높이가 다소 낮아 고개를 살짝 숙여야만 할 정도였어요. 이 의도된 불편함은 문 옆에 낙인처럼 박힌 글자를 읽은 후에야 이해할 수 있었는데요,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며, 

아는 것이 다가 아니다.

늘 겸손함을 갖추어야 한다.’



고개 숙이는 것이 어려운 현대인들에게, 고개 숙이는 법을 알려주고 싶었던 이도림의 큰 뜻이 표현된 공간이었던 거죠.




 Chapter.3 
“각자의 강점을 모아 이도림에 걸맞은 맛을 선보이고 싶었어요”

보통 한 명의 대표가 공간에 이렇게까지 많은 에너지를 쏟다보면 메뉴에는 상대적으로 그 힘을 빼는 경우가 다반사잖아요. 김 대표 역시 본인이 쏟을 수 있는 에너지가 한정되어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어요. 그래서 본인의 에너지는 공간기획에 온전하게 쏟아 부을 수 있도록, 자신을 대신에 메뉴에 힘 써 줄 다른 사람들을 찾았죠.


실제로 이도림을 준비하는 3년 동안 김 대표는 정말 많은 카페를 돌아다니며 함께 일할 동료들을 직접 찾아다녔다고 해요. 처음엔 세종대왕의 생가터이니 한식 카페들과 콜라보해 볼까 싶어 전국의 한식 카페란 카페는 다 가보았죠.

그러던 중 또 다시 우연인지 필연인지 영화 ‘천문’을 접하며 생각을 바꾸게 되었어요. 영화에서 세종대왕은 다른 관리들이 반대하던 인재였던 장영실을 관리로 등용하고 그간의 발상을 전환해 한국 최초의 자동 물시계 자격루를 만들어 내죠. 이 과정에 감명받은 김 대표는 본인의 발상 역시 뒤집어보기로 해요.

도통 한국의 것처럼 보이지 않을 것같은 외국의 문화를 받아들여 한국의 것으로 발전시킨 브랜드와 협업을 하겠다고 결심한 것이지요.



그렇게 만난 분이 블로트커피베이크의 사장님이었어요.


홍대에 있는 블로트커피는 8년 연속 블루리본에 선정되었을 정도로 커피 맛 하나만큼은 그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확실한 실력자인데요. 외국에서 직접 생두를 수입한 후 이를 로스팅하며 코리안 스타일의 커피를 개발하는 등 한국인의 입맛에 딱 맞는 커피를 만들기 위해 부단히 애쓴 브랜드였죠.


일산에 있는 빵집 베이크는 비건 베이커리의 선두 주자 격인 브랜드에요. 베이크의 사장님은 외국으로 초청 강연을 다니실 정도로 비건 베이커리 분야에서 독보적 실력을 자랑하시죠. 심지어는 비건 베이커리 기술로 특허까지 가지고 있을 정도라고 하니 그 맛과 실력 하나만큼은 인정할 만하겠죠.



“왜 혼자서 메뉴를 개발하지 않고 콜라보했냐고 물어본다면 답은 간단해요. 혼자 하는 것보다 같이하면 더 잘 할 수 있으니까요! ㅎㅎ 세종대왕 생가터라는 결코 가볍지 않은 이 터에 대한 무게를 견딜 수 있는 브랜드여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혼자보다 셋이 같이 들면 덜 무겁지 않을까요? ^^


블로트커피와 베이크의 정체성은 스타일이 아니라 맛 그 자체에 있어요. 이들이라면 이도림에 잘 녹아들면서도 최상의 맛을 보여줄 수 있을 거란 확신이 들어 함께 일해보자 제안했죠.”




김 대표님의 감이 적중한 걸까요? 이도림을 처음 찾아오신 분은 독특한 공간에 흥미를 보이는 경우가 다반사지만, 이내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수준급 디저트에 빠져 단골이 되는 경우도 왕왕 생겨나고 있다고 해요. 이 모든 것은 이도림에 잘 어울리는 특제 원두를 개발해 선보이는 등, 본래의 실력은 감추지 않되 이도림에 완전히 동화된 스타일을 선보이고 있는 두 브랜드 덕이죠.





이도림을 찾아오는 길 팝콘의 눈에 보였던 문구들이 있었어요. 보이는 것 이상의 것이 존재한다는 메시지들이었죠. 이도림에 얽힌 이야기를 듣기 전에는 이 문구들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완전히 이해하기 어려웠는데요. 취재를 마치고 나설 때쯤엔 그 의미를 어렴풋이 알 것도 같더라고요.


이도림이 아니었다면 어쩌면 평생을 모르고 넘어갔을 세종대왕의 생가터의 위치와 여기서부터 출발한 인간 이도의 이 모든 이야기들. 이도림은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며 이 모든 것들이 다시 우리 눈에 보이게 하고 있었어요.


하지만 팝콘은 이 질문이 단순히 세종의 이야기에만 머무르지는 않는다고 생각했어요. 질문은 이렇게도 확장되죠.


‘오늘 이곳을 찾아온 당신, 바쁜 일상에 치여 잊으면 안 되는 것을 잊고 있진 않았나요? 정작 소중한 것을 등한시하지 않았나요?


일상의 소중한 것을 잊고 사는 당신께 질문을 던지는 카페 이도림. 오늘 이야기는 이도림이 어떤 공간으로 기억되었으면 좋겠냐는 팝콘의 물음에 대한 김지호 대표님의 답변으로 끝내볼까 해요.



“일상 속 낯섦,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다.
이도림은 이렇게 기억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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