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식당
세종의 시간을 품은 공간, 이도림
서울 서촌 자하문로, 세종대왕의 생가터로 전해지는 역사적 장소 위에 이도림이 들어섰다.
서울 서촌 자하문로, 세종대왕의 생가터로 전해지는 역사적 장소 위에 이도림이 들어섰다.
이도림은 단순한 식음 공간을 넘어 카페와 문화적 콘텐츠가 어우러진 복합문화공간으로 방문객들에게
식사와 휴식, 문화적체험을 제공하며 가치 있는 외식공간으로 주목받고 있다.
역사적 장소에서 시작되다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에 위치한 이도림은 지난 2024년 문을 연 복합문화공간이다.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 블로트커피(blot)와 베이커리 브랜드 베이크(vake)가 협업해 운영하고 있다.
이도림이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히 카페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곳은 세종대왕의 생가터로 전해지는 역사적 장소다. 김지호 대표는 이 장소를 처음 인식하게 된 순간에 대해 "2021년 한글날 아침 출근길에 '세종대왕 나신 곳'이라고 쓰인 비석이 눈에 들어왔다. 비석과 함께 이곳에 쓰레기를 버리지 말아 달라는 세종대왕 후손들의 호소문이 붙어 있었고, 그걸 보면서 이 장소의 의미를 사람들에게 '보이게'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도림은 그러한 문제의식에서 시작해 3년 간의 준비 끝에 탄생했다. 이도림을 운영하는 법인 (주)백성윤의 이름 역시 세종대왕의 정신에서 출발했다. '백성(百姓)'과 '빛날 윤(胤)'을 합쳐 '빛나는 백성'이라는 뜻을 담았다. 김 대표는 "세종대왕이 장영실을 등용해 새로운 역사를 만들었듯 이도림도 각자의 분야에서 빛나는 사람들이 모이는 무대가 되길 바란다"며 이도림의 방향성에 대해 설명했다.
따라서 이도림의 공간은 단순한 카페를 넘어 다양한 협업이 이뤄지는 플랫폼 역할을 지향한다. 블로트커피의 로스터, 베이크의 베이커리 셰프 등 각 분야 전문가가 함께 브랜드를 만들어가고 있다.
“자연으로 들여온 여백의 공간.”
이도림은 본관 3층과 별관 3층으로 구성되며 전체 규모는 약 660㎡에 달한다. 북악산과 인왕산을 바라볼 수 있는 루프탑과 테라스를 갖춘 것이 특징이다. 이도림에 들어서면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본관 1층 중앙에 자리한 대형 이끼 바위산 조형물이다. 실제 자연 이끼와 수증기를 활용해 만든 조형물로 1층과 2층을 관통하며 이도림의 상징적 장치 역할을 한다. 이는 과거 이 지역을 흐르던 수성동 계곡의 자연환경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방문객에게 자연 속에 들어온 듯한 경험을 제공한다. 자연 이끼는 공기 정화 기능으로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는 역할도 한다.
본관 2층은 여백을 강조한 공간으로 구성했다. 7개의 큰 창을 통해 사계절의 풍경이 액자처럼 보이며 음악이 공간의 분위기를 채운다. 이 공간은 향후 예술가들의 전시나 문화 프로그램을 위한 열린 무대로 활용할 예정이다. 김 대표는 “세종대왕이 계절마다 백성의 삶을 살펴 농사와 절기를 연구했던 것처럼 이 공간은 자연의 시간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도록 설계했다”고 말했다.
3층 테라스에는 인공 연못을 조성했다.
맑은 날에는 연못 수면에 하늘이 그대로 비쳐 마치 하늘을 담은 그릇처럼 빛나는 풍경을 연출한다. 루프탑에는 경복궁 근정전의 박석에서 영감을 얻은 돌을 배치해 비 오는 날이면 돌 위로 빗물이 흐르는 모습을 바라볼 수 있다.
'한옥 감성을 더한 별관 ‘이도사가’
본관이 현대적 미감을 담았다면 별관은 전통적인 분위기를 강조한 공간이다. 별관의 이름인 ‘이도사가(李祹舍家)’는 세종대왕의 본명 ‘이도(李祹)’에서 착안했다. 동시에 ‘이도의 이야기’라는 의미도 담고 있다.
별관 역시 3층으로 구성된다. 1층은 베이커리 전용 주방, 2층은 한옥 스타일의 카페 공간, 3층은 서촌 풍경을 내려다볼 수 있는 테라스 카페다. 전통 목재 구조와 현대적 디자인이 어우러져 특히 외국인 방문객들에게 인기 있는 공간이다.
'맛으로 완성하는 카페 경쟁력’
이도림의 또 다른 경쟁력은 커피와 베이커리다. 블로트커피는 8년 연속 블루리본 서베이에 선정된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로 직접 생두를 수입해 로스팅한다. 베이크는 비건 베이커리 기술 특허를 보유한 브랜드다.
대표 메뉴는 크림 라떼와 제철 과일 생크림 케이크, 다양한 종류의 소금빵이다. 커피는 경복궁 · 덕수궁 · 창덕궁 등 궁의 이름을 따 직접 개발한 단독 블렌드를 사용한다. 여기에 이도림만의 크림을 더해 시그니처 메뉴를 완성한다. 과일 케이크는 매일 가락시장에서 직접 제철 과일을 낙찰받아 사용할 만큼 최고급 식재료를 사용하고 있다. 김 대표는 “가격이 높다는 평가는 감수할 수 있어도 맛없다는 평가는 절대 듣지 말자는 것이 우리의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이도림의 방향, ‘확장보다 깊이’
오픈 이후 이도림은 여행 플랫폼 트립어드바이저 서울 카페 · 베이커리 부문 1위를 기록하고 블루리본 서베이에 연속 선정되는 등 빠르게 주목받았다. 지난해에만 약 2만 명 이상의 방문객이 찾았으며 올해는 3만 명 이상의 방문객을 예상하고 있다. 그럼에도 브랜드의 방향은 확장보다 ‘깊이’를 추구한다.
김 대표는 “백화점 팝업이나 프랜차이즈 제안도 있었지만 이도림은 세종대왕 생가터라는 장소에서 의미가 완성된다”며 **“이 자리에서 공간의 깊이를 더하고 방문객의 경험을 풍성하게 만드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역사의 흔적 위에 세워진 공간, 그리고 커피와 베이커리를 매개로 한 문화적 경험. 이도림은 새로운 외식 공간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